두번째 글은 대표님께서 써주셨습니다.
대표님이 꼭 한번 커밍아웃(?)을 하고 싶으셨다네요.
쉬운 듯 쉽지않은 대표님의 커밍아웃, 재밌게 읽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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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ut the essence of man is not an abstraction inherent in each individual. The real nature of man is the totality of social relations... "
- Karl Marx, Theses on Feuerbach
젊었을 때의 나는 이 글의 제목(부제 제외)과 같은 제목의 글을 언젠가 꼭 쓰고 싶어했던 것 같다. 아마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말을 하고 싶어했던 사람과 같은 심정이었으리라. 하지만 그럴 기회는 결국 오지 않았다. 1980년대에는 당연히 잡혀갈까 봐 저지르지 못했고, 1990년 무렵에는 현실 사회주의의 허망한 붕괴를 보고 스스로 ‘사상 전향’을 해버렸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 혼자서는 스스로를 어떤 의미에서 여전히 맑스-레닌주의자라고 여겨 온 듯하다. 좀 심할 때는 맑스-레닌주의의 ‘합리적 핵심’을 고스란히 간수하고 있는 ‘정통’ 맑스-레닌주의의 ‘진지’(陣地)를 구축하고 있다는 착각을 즐길 때도 있었다. 누구나 생각도 착각도 자유지만, 도대체 이 인간은 어떻게 자신을 맑스-레닌주의자라고 ‘납득’시켜왔던 것일까?
맑스
누구나 알다시피 맑스는 사회주의자이다. 하지만 또 한 명의 ‘도덕적’, ‘이념적’ 사회주의자가 아니라 ‘과학적’ 사회주의자(라고 스스로 주장한)다. 그 ‘과학성’ 주장의 타당성은 고전적 (정치)경제학에 대한 비판을 통해 재구성한 자신의 자본주의 이론에 근거를 두고 있다. 그렇다면 그의 자본주의 이론의 핵심인 ‘자본’(Capital)이란 무엇인가?
자본은 한 마디로 ‘자기증식적 가치’다. 무심코 보면 맑스가 자본을 어떤 ‘것’(stuff, thing)으로 간주한 것으로 오해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자본을 어떤 ‘것’으로 취급한 고전적 (정치)경제학자들과는 달리, 맑스는 자본의 본질을 사회적 ‘관계’, 즉 자본-임노동 관계에서 찾았다. 먼저 자본이 있고, 또 노동자가 있고, 그 다음에 이들이 자본-임노동 관계를 맺는 것이 ‘아니다’(!). 거꾸로 ‘자본-임노동’이라는 사회적 (생산)관계가 역사적으로 먼저 생겨나고, 이 관계가 자기증식적 확대재생산을 해 가는 과정에서 자본(가)와 노동(자)가 만들어지고 그 안에 포섭되는 것이다. 정말 ‘머리를 깨는’ 관계주의적 시각이다.
레닌
레닌은 어떠한가? 맑스주의 역사에서 레닌의 ‘혁신’(?)은 기실 여러가지 측면에서 찾아볼 수 있지만, 사회’과학’의 측면에서 보면 제국주의 이론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제국주의’(Imperialism)란 무엇인가?
많은 사람들이 무심코 생각하듯이 제국주의의 본질은 강대국이 약소국을 침략하는 나쁜 ‘행위’가 ‘아니다’(!). 제국주의는 세계’체계’이다.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이 고도로 발달하여 일국의 경계를 넘어 세계화되어 가면서 형성된 ‘연결된 세상’이다. 일단 연결된 세상에서는 통시적(通時的) 단계가 아니라 공시적(共時的) 구조가 더 큰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어떤 기구한(?) 사연 때문이든, 그것이 제국주의 때문이든 아니면 인터넷 때문이든 간에, 하나의 체계로 연결된 세상에서는 (At-1 à At à At+1) 보다 (Bt à At ß Ct) 의 영향력이 더 결정적일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국주의적 세계체계가 일단 구성되면 그 속에서는 생산양식의 변화가 일국적 범위 내에서 고전적 사회발전 단계론(원시공산제à노예제-봉건제à자본주의à사회주의)에 따라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다. 봉건제 사회가 주변 사회와의 관계에 따라 자본주의를 건너 뛰어 사회주의로 바로 이행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한번 머리를 깨는 관계주의적 혁신이다.
관계주의적 시각은 사회연구의 ’과학성’을 가늠하는 최우선적 기준이다. 관계주의적 시각은 맑스의 자본주의론과 레닌의 제국주의론 속에 그저 여러가지 요소 중 하나로 묻혀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들의 준별적, 본질적 핵심이다.
맑스와 레닌에 있어서 관계주의적 시각은 사회주의 이념의 과잉으로 인해 잘못 ‘적용’되면서 형언할 수 없는 숱한 무리수/자충수와 비극을 낳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그들의 관계주의 그 자체를 갖다 버릴 필요는 없다. 현실 사회주의는 프롤레타리아트 계급투쟁에 의해 붕괴되었지만, 관계주의는 세상이 점점 더 연결되면서 이제야 비로서 개화하고 있지 않은가?
이 글의 제목은 잘못 붙여졌다. 사실 부제가 제목으로서 더 적절하다. 하지만 이 인간은 이런 제목의 글을 언젠가 한번은 써보고 싶어했다. 따라서 이 글의 제목은 역시 “그렇소, 나는 맑스-레닌주의자요!”이어야 한다.
"Unleashing Hidden Power of Netwo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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