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사이람 뉴스레터 기고문은 “세계 무역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본 국가 간 관계”입니다. 북핵 문제로 주변국들이 어수선한 지금, 중국을 위시한 주변국들의 영향력을 짐작해 보는 것도 의미 있어 보여, 준비해 보았습니다.
한 나라의 영향력이라 할 때, 국가의 크기, 인구수 그리고 군사력, 생산력(GDP) 등을 듭니다. 그래서 G2, G7, G20 등과 같은 용어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매우 직관적이지요.
그러나 여기서 분석하고자 하는 것은 “나라들 간에 맺고 있는 연결 관계”입니다. 지난 1월말 스위스에서 열린 다보스 포럼에서 현재 제4차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고, 세계가 초연결(hyper-connectivity) 사회로 진입했다고 언급했습니다. 그런데, 생태학적으로 초연결성의 상층부를 이루고 있는 것은 국가(Node)이고, 연결은 무역에 의해 직접적으로 엮여집니다(Link).
무역을 통한 국가들 간의 “경제적 연결성”을 통해, 세계는 하나의 거대 그물(Net)을 형성한다고 볼 수 있겠지요. 한 곳의 출렁거림이 그물을 타고 다른 곳으로 전이되는 구조입니다.
경제적 연결성은, 한국 무역협회가 보유한 “전 세계 국가들 간 수출입 내역(K-stat)”을 기초로 구성해 보았습니다. K-stat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1월부터 7월까지 전 세계적으로 총 232개국이 서로서로 무역을 했는데, 엑셀에서 첫번째 열(Column)은 수출국, 첫번째 행(Row)은 수입국으로 하여 각 국가 간 수출입액 내역을 일일이 옮겨 적어 232 x 232 Matrix로 만든 것입니다. 이를 넷마이너로 분석해 보았습니다.
분석 결과를 보기 전에 먼저, 한국이 세계 무역이라는 그물망 속에서 어느 정도의 위치를 차지하고 있을까요?
현재 전 세계에 240여개 정도의 나라가 있다고 하는데,
인구수로 세계 28위(남한 기준 4천9백만 명, 2015년 7월, 출처 www.cia.gov),
면적으로 세계 109위(남한 기준 10만 제곱Km, 출처 www.cia.gov)이군요.
하지만 경제적 측면에서 볼 때,
국가 GDP 기준 세계 11위(1.4조 달러, 2015년 기준 출처 www.knoema.com),
일인당 GDP 기준 세계 28위(2만8천 달러, 2015년 기준 출처 www.imf.org)입니다.
중국이 GDP 11조$로 미국 18조$의 2/3 수준이지만, 일본의 4.2조$와 비교할 때 두 배 이상의 생산력을 갖고 있군요. 인도가 2.3조$ 나라로 남아시아의 맹주로 부상하고 있고, 러시아가 1.2조$로 우리보다 뒤처졌음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정도는 여러 언론 기관에서 거론하는 사항들이지요.
이제 경제적 연결성입니다.
먼저 누가 얼마나 많은 나라들과 연결되었고, 그래서 누가 세계 경제라는 그물의 중심부를 형성하고 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K-stat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1월부터 7월까지 한국은 176개 나라에 수출했고, 143개 나라로부터 수입했습니다. 수출만 본다면 대단할 수도 있지만, 국가 영향력 면에서는 구매력, 즉 수입이 더 중요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은 가장 많은 167개 나라로부터, 중국은 164개국, 일본은 142개 나라로부터 수입했습니다. 미국이 1위, 중국이 2위의 경제적 연결성을 보유한 셈입니다. 한국은 11번째, 일본은 우리 다음인 12번째로, 그 만큼의 대외 영향력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겠지요.
<세계 무역의 중심부와 주변부>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넷마이너 Analyze>Degree centrality, Visualize>Concentric map>In-degree
위 도표를 더욱 직관적으로 이해하고자, 7월까지 누적 70억불(월 평균 10억불 이상 가정)을 수입 거래한 나라를 골라(53개국이 서로 236번 거래) 위 과정을 반복했는데, 중심부에 미국*중국*독일이, 중간에 일본*영국이, 외곽에 이탈리아*프랑스*한국 등이 위치함을 확연히 볼 수 있습니다.
<70억불 이상 수입 거래국의 중심부와 주변부>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넷마이너 Transform>Linkset>Link reduction>Main process>Value>=7000M$, 이후 visualize절차 수행
지금까지 세계 무역의 중심부를 누가 형성하는지 집중도 맵(Concentric Map)을 통해 간단히 알아보았습니다.
다음으로 70억불 이상 거래한 국가들이 어떻게 상호 연결되어 있는지 파악하기 위해, 동일한 자료를 바탕으로 네트워크 맵(Spring Map)을 그려 보았습니다.
<70억불 이상 수입 거래국의 네트워크 지도>
(사진을 클릭하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넷마이너 > Visualize> Spring_2D> 컨트롤 패널에서 Display_Eades*> Inspect_in-degree
Display session에서 미국,중국,일본,독일 노드를 파란색으로, 한국 노드는 초록색으로 바꾸어 구별하기 쉽게 했고,
그림에서 나라 이름이 겹쳐지지 않도록 주변 국가의 위치를 다소 조정했음
(*Eades 시각화 알고리듬은 호주 학자가 개발한 것으로, 되도록 클러스터가 잘 드러나게 그려주는 방법입니다.)
네트워크 지도를 보면, 직관적으로도 무역권이 크게 <동아시아 진영>과 <유럽 진영> 등 두 개로 나뉘어져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동아시아 진영>에 위치하고, 러시아와 캐나다가 양 진영 중간에 위치한 것이 인상 깊군요. 각각 유라시아 무역권과 환태평양 무역권에 참여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인도와 베트남이 동아시아 무역권과 밀접하게 클러스터 되어 있는 모습이, 필자의 소견으로 볼 때 흥미롭습니다. 그동안 산유국과 NICS 국가들만이 머리에 각인되어 있었는데, 벌써 베트남이 세계 무역권에 근접하고 있음을 새삼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화제를 바꾸어, 각 나라 간 얼마나 긴밀하게 응집되어 있는지 알아볼 차례입니다.
이는 한 나라의 경제적 움직임이, 얼마만한 강도로 이웃나라에 전파될지(혹은 영향력을 미칠지) 추정하는 방법일 수 있습니다.
알다시피 세계 경제는 저마다의 지역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경제권, 지중해/북해/발틱해 경제권, 북미 경제권역 등등이 그것입니다. 그 지역권 내 나라들은 서로서로 주고받는 밀접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한국/중국/일본/싱가폴 등이 서로 주고받으며 동아시아 무역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듯이, 독일/영국/프랑스/이탈리아 등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러나 이것은 정성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경제적 연결성에서 요동성을 추정하는데 있어, 각 나라들이 수출입으로 엮인 정도(강도)를 안다면, 그것이 정량적 지표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네트워크 분석에서는 clique이란 개념을 써서 이를 측정합니다. 예를 들어 A, B, C, D 등 4개의 노드가 있고 이들 간에 A-B, B-C, A-C, B-D와 같은 연결관계(Link)를 형성하고 있다면, 서로 간 모두 연결된 A*B*C 집단을 Clique이라고 하지요.
복잡함을 줄이기 위해, 7월까지 누적 70억불 이상 무역거래를 하는 나라들 중, 5개국 이상이 상호 연결된 집단을 추출해 보았습니다. 총 16개의 clique이 도출되었습니다.
넷마이너 Analyze>cohesion>clique>size of clique>=5
한국은 6개, 일본은 10개, 미국은 12개의 clique을 형성한 반면, 중국은 16개 모두에 걸쳐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베트남이 한*미*중*일 및 싱가폴과 함께 clique2를 형성한 것이 눈에 뜨입니다.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이 자료를 바탕으로 Clique를 시각화 해 보았습니다.
여기서 응집지수(Cohesion Index)가 가장 높은 C13과 C10 그리고 우리나라가 포함된 C5의 연결관계를 보겠습니다.
<좌: C13, 우:C10>
넷마이너 컨트롤 패널에서 Inspect>Clique>C13을 선택, 그래서 나타난 Eades 맵의 중앙만을 확대한 것,
C10과 C5의 경우 역시 위 과정을 반복
C13의 응집지수가 다른 Clique에 비해 최고입니다. 이는 C13을 구성하는 7개 나라들(중국, 독일, 영국, 이탈리아,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간의 무역 응집도가 최고로 높다는 의미이지요. 여기에 중국이 포함되어 있고, 미국은 들어 있지 않습니다. 오른 편 그림의 C10은 응집지수가 두 번째로 큰 것으로, C13에 비해 미국과 벨기에가 포함되고 스페인이 빠졌지만, 여기에도 중국이 있습니다.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공교롭게도 C13과 C10을 형성하고 있는 나라들은, 중국을 제외하고 모두 지중해-동대서양-북해-발틱해 연안의 서유럽 국가라는 사실입니다. 특히 세 번째로 응집지수가 높은 C16의 구성국 폴란드를 고려한다면 더욱 그러합니다.
(출처: Goodle Map)
이상에서 살펴보았듯이, 중국은 미국 이상으로 이미 이들 서유럽 나라들과 응집되어 무역 거래를 하고 있습니다. 그런 측면에서 서유럽에서의 중국 영향력은 매우 높을 수밖에 없는데, 이를 바꾸어 말하면 중국에서의 경제적 요동성이, 쉽게 그들 나라로 전파될 것이라고 추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다음으로 C5 Clique입니다. 여기에는 한국을 포함하여, 미국*중국*일본*호주가 있습니다. 응집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지만, C1, C2, C5의 구성 국가들을 고려하면, 한국은 싱가폴, 홍콩, 베트남, 호주로 이어지는 동중국해/남중국해/반다해 무역권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좌: C5, 우: 동중국해/남중국해/반다해 무역권 지도>
(출처: Goodle Map)
또한 그림에서도 직관적으로 이해되듯이, 이들 C5의 나라들은 아시아의 여러 나라들과 유럽 나라들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에도 중국이 있습니다.
이상과 같은 관점에서라면, 이제 중국이 왜 일대일로(一帶/육상 실크로드, 一路/해상 실크로드)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지 알 것 같습니다.
(출처: 연합뉴스)
필자는 그 동안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을, 단지 “야심” 정도로만 이해해 왔습니다. 즉 현재의 문제가 아닌, 미래의 어떤 것을 성취하기 위한 중국의 비전 정도로 인식했던 것이지요.
그러나 위 네트워크 분석에서 보았듯이, 중국은 이미 유럽과 매우 긴밀한 무역 관계를 맺고 있고, 그것도 미국-유럽 간의 무역관계보다 더 긴밀하기 때문에, 그래서 ‘현재의 무역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시급히 고안한 방책이다’라고 생각을 바꾸었습니다. 서둘러 해결하지 않으면, 그들의 11조$ GDP의 ‘네트워크 중량’을 유지하기 힘들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결론입니다.
중국 경제가 흔들리면, 동아시아도 그렇겠지만 유럽이 더 강도 높게 출렁거릴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Clique내의 독일 역할이 어느 정도냐에 따라, 중국의 출렁거림이 완충될지 아니면 일파만파 될지 결정되겠지만, 응집지수가 가장 높고 미국도 빠진 C13 Clique의 출렁거림이 의외로 심해지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너무 섣부른 판단이 아니길 바랄 뿐입니다.
이 외에도 넷마이너를 통해 더 많은 것을 분석해 낼 수 있지만, 뉴스레터 성격상 여기서 줄이도록 하겠습니다.
지금까지의 분석은 K-stat 자료에 기초한 각 국가 간 수출입 ‘총액’을 바탕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욕심을 낸다면, 만약 <석유, 철광석, 구리>와 같은 원자재, 혹은 <각 국가 간 자본수지 흐름>과 같은 금융데이터가 Matrix의 형태로 정리될 수 있다면, 이를 바탕으로 좀 더 흥미로운 네트워크 분석 결과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기에 각 국가 수도의 GPS 정보를 넷마이너에서 노드셋의 속성으로 집어넣어 시각화하면, 세계 지도에 대응한 맵을 그려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언젠가 사이람이, 네트워크 출렁거림에 따른 영향력 전파 구조(Diffusion structure)의 정교한 모델을 만들 것이라 생각해 보면서, 이만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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