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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이라는 것


언젠가부터 갑자기 온통 “소셜” 세상이 되어버린 것 같다. 너도나도 앞다투어 “소셜”의 중요성을 외쳐댄다. “소셜”이라는 단어가 지나치게 오남용되는 건 아닌가 싶다. 이러다가는 ‘소셜 콜라’, ‘소셜 양파’ 라는 신조어가 튀어나와도 놀랍지 않을 정도다. 도대체 “소셜”이 뭐길래 이러는 걸까? 
 
인간은 원래 태고적부터 “소셜”(사회적) 동물이 아니었던가? 그런데 어째서 얼마 전까지만 해도 소셜” 동물이 아니었다가 최근에 와서야 갑자기 “소셜” 동물이 되기라도 한 듯 이러는 건가?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그저 지나쳐가는 또 하나의 유행이려니 하고 넘어갈 일인가, 아니면 정말 뭔가 실체가 있는지 따져봐야 할 것인가?  
일반인들에게 이처럼 헷갈리는 현상이 사실 사회학계 일각에서는 매우 오래 전부터 예견되어 왔다. 고전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Georg Simmel)은 19세기 말에 이미 “이웃-연쇄형 소셜” 모델이 집단-소속형 소셜”모델에 비해 본질적인 사회형성(sociation) 형태라는 점을 갈파한 바 있다. 또한 현대 사회학자 배리 웰먼(Barry Wellman)은 마크 주커버그가 태어나기 훨씬 전부터 현대사회가 집단-소속형 소셜” 모델에서 “이웃-연쇄형 소셜” 모델(“네트워크 개인주의”)로 이행하고 있다고 주장해 왔다.  
 
개인 입장에서 “소셜”이란 무엇일까? 그것은 나와 직접 관계를 맺고 상호작용하는 상대방들이다. 그 외의 모든 것들은 사실 손에 잡히게 와닿지는 않는다. 그런데 이러한 개개의 자타(自他)관계들은 개인의 눈에는 잘 안보이지만 객관적으로는 연쇄적으로 이어져서 하나의 거대한 그물망을 이루고 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보통 “사회”라고 부르는 것이다. “이웃-연쇄형 소셜” 모델에서는 나, 나의 직접적 이웃, 그리고 연쇄구조(네트워크)만 있으면 충분히 “소셜”이 만들어진다. 굳이 그 어떤 집단을 인위적으로 만들고 조직체계를 만들 필요가 없다. ‘나’라는 존재는 그 어떤 집단의 구성원에 지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각자가 자신을 핵으로 하는 커뮤니티(“개인 커뮤니티”)의 쥔장’이며, 이러한 “개인 커뮤니티”의 연쇄적 연결로서 네트워크가 사후적으로 존재할 뿐인 것이다.  
 
“소셜 혁명”의 본질은 “非소셜”에서 “소셜”로의 변화가 아니다! “집단-소속형 소셜” 모델에서 “이웃-연쇄형 소셜” 모델로의 이행에 그 본질이 있다. 여기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이웃-연쇄형 소셜”모델을 온라인 상에 구현한 것에 불과하다. 물론 소셜네트워크서비스 덕에 “이웃-연쇄형 소셜” 모델이 폭발적으로 가시화되었다는 공적은 분명 인정해 줄만하다.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는 일반적인 인터넷 서비스와 달리 개인 프로필, 개인간 관계, 사용자생성 컨텐트(UGC), 연쇄 메커니즘 등의 요소를 뚜렷하게 갖고 있는데, 이러한 요소들은  “이웃-연쇄형 소셜”모델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전형적 장치이자 소품들이라 하겠다.  
  

소셜 미디어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는 한 사회 내에서 정보, 감정, 의견 등이 소통되는 또 하나의 미디어, 즉 “소셜 미디어”로서 기능하게 된다. 특히 사적 대화가 주종을 이루는 페이스북과 달리, 트위터는 공적 의견, 즉 여론 형성이 보다 활발하게 이뤄지는 어엿한 미디어다. 대표적인 소셜미디어인 트위터를 중심으로 그 미디어적 특징을 꼽아보자.

첫째, 트위터는 공식적(formal) 미디어가 아니라 그저 ”중얼중얼, 종알종알, 재잘재잘, 주절주절, 조잘조잘, 수근수근, 투덜투털, 군시렁군시렁” 하는 이야기들이 가감없이 흘러다니는 “후방채널 미디어”(Backchannel media)다. 이를 쉽게 “뒷담화 미디어”라고 불러볼 수도 있겠다. 트위터는 뒷담화가 공개적, 상설적, 실시간으로 이뤄지는 공간이다.  

둘째, 여타 모든 미디어의 컨텐트를 링크하여 짧게 총괄할 수 있는 “메타 미디어”다. 트위터 자체가 ‘1인 미디어’들의 네트워크로 구성되어 있을 뿐 아니라, 외부 링크를 통해 신문, 방송, 인터넷 게시판, 블로그 등 다양한 매체 상의 컨텐트들의 ‘인덱스 페이지’ 역할을 할 수 있다. 그저 또 하나의 미디어가 아니라 모든 미디어를 총괄하는 미디어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셋째, 트위터는 고유한 기하급수적 증폭메커니즘을 내장하고 있는 “증폭성 미디어”다. 이는 트위터가 “이웃-연쇄형 소셜” 모델을 구현했기 때문에 당연한 것이다. 경우에 따라 하나의 글이 몇 분 안에 트위터 사용자의 절반에게 전파될 정도로 확산 속도가 빠르고 범위가 넓다. 그 어떤 다른 미디어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현상이다. 

넷째, 상향식이면서도 (동적으로) 집중화되어 있는 “상향적 스타” 미디어다. 트위터 상의 영향력은 결국 일반 사용자 한사람 한사람의 Follow/Retweet/Reply/Link 행위들의 총합에 의해 결정된다는 점에서 지극히 상향적(bottom-up)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렇게 형성된 영향력이 모두 균등한 것은 아니고, 실은 소수의 ‘1인미디어’에 영향력이 집중되어 있는 미디어다. 그리고 이러한 영향력 구조는 다이내믹하게 변동한다.  
  

소셜 여론조사 

 

정치인, 공공기관, 기업, 언론 등의 입장에서는 민심(民心)을 잘 파악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를 위해 주기적으로 또는 수시로 여론조사를 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선거에 대한 여론조사 결과의 정확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갑자기 여론조사 기법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것인가? 여론조사는 개인들의 의견이 상호간에 독립적이라는, 즉 서로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가정 하에 일부 표본을 추출해서 행해진다. 그런데 소셜미디어 상에서 개인들이 의견과 영향을 주고 받게 되고, 그리하여 특정 의견이 급속하게 증폭되게 되면 이러한 독립성 가정이나 그에 의거한 여론 조사결과는 정확성을 보장하기 어렵게 된다. 이는 정치와 선거에 “이웃-연쇄형 소셜” 모델이 영향을 미치게 된 경우라고 할 수 있으며, 그런 의미에서 이를 “소셜 정치”, “소셜 선거”라고 이름붙여 볼 수도 있겠다.  

 
상황이 이렇게 되면 민심파악을 위한 여론조사 역시 “소셜”화하는 것이 불가피한 적응형태라고 생각된다. 즉 통상적인 여론조사와 함께, 소셜미디어 상에 나타나는 민심의 동향을 파악하는 “소셜 여론조사”를 병행할 필요가 생기는 것이다. 옛날에 왕이 민심을 살피기 위해서는 평복 차림을 하고 암행(暗行)을 해야 했다. 특정 주막에서 일시적으로 소수 민중의 마음만을 접할 수 있었다. 이제는 민심이 대규모로, 상설적으로 그리고 실시간으로 중계되는 소셜미디어를 경청(傾聽)하기만 해도 된다. 게다가 이 미디어는 생생한 뒷담화를 담고 있으며, 모든 미디어 컨텐트를 총괄하고, 게다가 증폭성이 강해서 이슈의 확산과정을 알 수 있는 잇점까지 갖고 있다. 바로 이점이 최근 정치인, 공공기관, 기업, 언론 등에서 소셜미디어에 관심을 쏟고 있는 이유라고 여겨진다.

통상적인 여론조사와 “소셜 여론조사”는 각기 차이점과 장단점을 갖고 있다. 통상적인 여론조사는 정확성 수준이야 어떻든 일단 전체 모집단 중에서 몇 퍼센트가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를 추정하는 조사결과를 산출해 주는 반면, “소셜 여론조사”는 그렇지는 못하다. 일단 한국 트위터 사용자 자체가 현재 약 400만으로 전체인구 중 아직은 소수에 불과하며, 전체 국민을 대표하기에는 편중된 인구학적 속성(고학력, 특정연령층, 수도권 집중 등)을 가진 집단이고, 또한 소셜미디어 상에서 표출되는 의견이 찬성/반대 등과 같이 명확하게 구조화되어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그 반면 통상적인 여론조사는 무엇이 이슈가 되고 있고, 그것에 대한 여론이 왜, 어떤 과정을 거쳐서 형성되는지를 파악하기 어려운 반면, “소셜 여론조사”에서는 여론 형성 및 확산 과정의 방향과 강도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강점을 갖는다. 특히 한국 트위터 인구가 최근 1년 동안 3배 이상 증가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고, 트위터 사용자들은 사회적 관심과 참여가 가장 왕성한 20-40대 고학력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우리 사회에서 가장 역동적이고 앞서가는 부분에서 여론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는지를 가늠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소셜 네트워크 분석  

 
그렇다면 “소셜 여론조사”의 데이터는 어떤 기법에 의거해서 분석될 수 있는가? 본 분석은 “소셜 네트워크 분석” (Social Network Analysis) 기법을 사용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를 분석했다는 데에 그 의의가 있다. 너무나도 당연해 보이는 이 사실을 굳이 지적할 수 밖에 없는 까닭은, 소셜미디어에 대한 분석이 이제까지 소셜네트워크분석 기법이 아니라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 기법에 의해 주로 이뤄져 왔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최근 국내 언론에 보도된 소셜미디어 분석 사례들은 한결같이 텍스트마이닝 기법에 의존한 것들이다.  


 
소셜미디어를 분석하기 위해서 텍스트마이닝 기법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다. 소셜미디어의 내용물이 텍스트이기에 그 내용을 파악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일반적인 경우라면 텍스트마이닝 기법만으로 충분하다. 그런데 소셜미디어에서는 이 텍스트들이 진공 속에 따로따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소셜네트워크라는 장(場) 안에 서로 연결되어 존재한다. 사람과 사람, 글과 글, 사람과 글이 모두 서로 얽히고 설켜 있는 것이다. 사용자가 쓴 글은 일차적으로 팔로우(Follow) 라는 관계의 망을 타고 흘러가며, 리트윗(Retweet)이나 리플라이(Reply) 여부에 따라 다시 팔로우 관계망을 타고 연쇄적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이런 경우 글의 내용과 함께 연결의 맥락을 파악하지 않으면 사람이나 글의 중요성 평가, 클러스터 판별 등에 있어서 중요한 차원을 간과하게 된다.

예를 들어, 대선후보 8명의 영향력을 제대로 측정하기 위해서도 400만 트위터 사용자들 전체의 연결구조와 연쇄과정을 알아야 한다. 영향력이란 본인의 행위에 의해 판단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연쇄적 반응에 의거해서 평가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텍스트는 텍스트마이닝 기법으로 분석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듯, 소셜네트워크서비스는 소셜네트워크분석 기법으로 가장 잘 분석될 수 있다. 소셜네트워크분석 기법이야말로 태생적으로 “이웃-연쇄형 소셜” 모델의 구조를 정밀하게 분석하기 위해 생겨난 방법론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소셜 미디어 상의 네트워크 구조와 확산과정을 알기 위해서 소셜네트워크분석을 주로 사용하되, 개별적 글의 내용이해를 위해서는 텍스트마이닝 기법을 병용하는 것이 올바른 접근방법이라 하겠다.  
 

사이람

 
사이람은 “소셜네트워크”가 일반인들에게 알려지기 훨씬 전인 2000년부터 이미 소셜네트워크분석 소프트웨어인 넷마이너(NetMiner)를 개발하여 세계최초로 상용화한 바 있으며, 이 분야의 전문가들로부터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프로그램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사이람 대표이사 김 기훈 

 

이 글은 2011.7.20. 시사저널 특집 기사에 대한 사이람 대표이사님의 기고문 칼럼입니다.
기사 원문과의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원문 링크: http://www.sisapress.com/news/articleView.html?idxno=556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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